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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어떻게 유전되는가' 책 리뷰 – 불평등은 운명이 아니다, 구조다

by 경제 읽어주는 릴리 2025. 9. 3.

 '가난은 어떻게 유전되는가' 책 리뷰 – 불평등은 운명이 아니다, 구조다

 

 “가난은 개인의 선택일까, 아니면 구조의 문제일까?”『가난은 어떻게 유전되는가』는 이 질문을 피해 가지 않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가난이 개인의 나태나 무능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의해 반복되고 심화되는 과정임을 구체적인 데이터와 논리로 증명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책 소개 – ‘불평등의 유전’을 해부한 경제학자의 냉정한 진단

 이 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를 교육, 보건, 노동시장, 세금, 정치 시스템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갑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 출발선이 다른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 경제성장률과 관계없이 소득과 자산의 격차는 심화되고 있으며,
  • 이는 교육 수준, 건강 상태, 사회적 이동성에도 영향을 미쳐 가난이 ‘순환 구조’로 재생산되고 있음
  • 그 구조를 유지하는 데 정부 정책, 세금 제도, 금융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

 단순한 이론 설명이 아닌, 실증적 데이터와 사례 중심의 서술 덕분에 경제학 비전공자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느낀 점 – 나는 과연 평등한 경쟁 속에 살고 있었을까?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문장은 “가난은 시스템이다.” 였습니다. 사실 저도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고, 그 믿음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그 믿음조차 ‘특정한 환경이 허락해준 사치’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티글리츠는 유아기 영양상태와 교육 수준이 평생 소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출생 직후 부모의 경제력이 부족하면 건강 상태, 학습 역량, 정서적 안정감 등 모든 면에서 격차가 생기고, 이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경제적 차이로 이어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제 어린 시절을떠올렸습니다. 부모님은 평범한 맞벌이 직장인이었고, 저는 사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급식은 잘 먹고, 큰 병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그래도 ‘기회의 사다리’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보니, 그 ‘정상적인 환경’조차 누군가에겐 절대적으로 불공평한 조건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부모의 빚, 지역의 학교 수준, 의료 접근성, 공공서비스의 격차…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경제적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수면 아래 있던 거대한 빙산처럼 느껴졌습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제도적으로 이 격차가 ‘보완’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 상속세가 약화되면서 자산의 세습은 가속화되고,
  • 교육비는 치솟고 있으며,
  • 의료비 부담은 저소득층의 삶을 위협하고 있고,
  • 정치는 부유한 계층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들…

 이 책을 읽고 나니, 단순히 ‘내가 더 열심히 살면 되지’라는 말이 얼마나 불완전한 사고인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변화 – 무력함이 아니라,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책을 덮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구조에 대해 공부하는 건 무의미한 일일까?’라는 회의도 들었지만, 결국 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무력함이 아닌,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전략이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이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사고를 바꾸고 있습니다:

  •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성적’보다 기회의 불균형을 메워주는 환경에 더 집중하기
  • 주변 사람들과 경제적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화와 공유 시도
  • 정치적, 사회적 사안에 더 깊이 참여하기 위한 의식적인 뉴스 소비

 무엇보다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암묵적 합의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모이면, 언젠가는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빈부격차, 교육격차, 기회 불균형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
  • 경제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및 사회초년생
  •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왜’라고 묻고 싶은 분
  •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구조적 시야로 경제를 바라보고 싶은 분
  • 부모로서 다음 세대의 미래가 궁금한 분

마무리 – 경제를 이해한다는 건, 세상을 다시 보는 일이다

『가난은 어떻게 유전되는가』는 읽는 내내 불편하고, 때로는 무력감을 주는 책이지만, 결국에는 ‘포기’가 아니라 ‘각성’으로 이끄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단지 돈을 아끼고 모으는 게 아닌, 돈과 권력, 교육, 기회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경제는 단지 숫자나 차트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자, 사회의 구조이며,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것. 그 진실을 이해하는 데 이 책만큼 좋은 길잡이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