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레테 폰 트로타(Margarethe von Trotta) 감독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2012)'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철학적 논쟁과 윤리적 질문을 담은 작품입니다. 특히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의 재판을 취재하며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핵심 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뒤, 아렌트의 철학적 사상과 영화에서 드러난 주요 논점을 분석하고,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배울 점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1. 줄거리 – 아이히만 재판과 ‘악의 평범성’
1961년, 이스라엘에서 열린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뉴요커(The New Yorker) 기자로 취재하게 된 철학자 한나 아렌트.
- 그녀는 아이히만이 잔혹한 악인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공무원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 법정에서 그는 “나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반복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부정합니다.
- 아렌트는 이 재판을 분석한 후, 악이란 특별한 괴물이나 사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없이 명령을 수행하는 ‘평범한 사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녀의 논리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유대인 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습니다.
- 많은 사람들은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변호하고, 유대인 지도층까지 비판한 것에 분노합니다.
- 결국 그녀는 학문적, 사회적 고립을 겪지만, 끝까지 자신의 사상을 지켜나갑니다.
2. 한나 아렌트의 철학적 분석 – ‘악의 평범성’이란 무엇인가?
1)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의 개념
한나 아렌트는 기존의 ‘악’ 개념을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 과거에는 ‘악’이란 사악한 본성을 가진 개인이 저지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하지만 아렌트는 악이 특정한 사악함이나 증오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의 부재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 아이히만은 홀로코스트를 직접 실행한 사람은 아니지만, 기계적으로 명령을 수행하면서 수백만 명의 학살을 도운 것입니다.
- 즉, 그는 괴물이 아니라 생각 없이 시스템에 순응한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한 존재였습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아무런 비판 없이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2) 인간의 책임과 도덕적 판단
아렌트는 인간이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비판적 사고를 멈출 때, 악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아이히만은 자신을 단순한 행정가로 인식하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 하지만 법적으로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 해도, 도덕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아렌트의 핵심 논점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 우리가 일상에서 구조적인 부조리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악의 확산을 방조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자는, 악을 행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3) 전체주의와 개인의 역할
아렌트는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가 개인의 생각할 권리를 박탈할 때 가장 위험해진다고 보았습니다.
- 아이히만 같은 인물들은 본인의 도덕적 판단을 포기한 채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 따라서 전체주의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는 개인의 역할입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되는 부조리한 상황을 종종 목격합니다.
- 기업에서 비윤리적 결정을 집행하는 직원, 정부의 부당한 정책을 실행하는 관료 등, 현대 사회에서도 ‘악의 평범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 그렇기에 아렌트의 철학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중요한 개념입니다.
“생각하는 것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3. 영화 속 철학적 장면과 명대사 분석
1) 강의 장면 – 생각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영화 속 한나 아렌트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출 때 시작된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집니다.
- 우리는 얼마나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부당한 명령이나 시스템에 저항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2) 아이히만 재판을 바라보는 시선
아렌트는 법정에서 아이히만의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녀가 기대했던 것은 ‘사악한 악당’이었지만, 그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의 모습은 우리의 기대를 배신했다. 그는 악마가 아니었다. 그는 충성스러운 관료였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악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으며,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4. 현대 사회에서 ‘한나 아렌트’가 주는 교훈
1) 우리는 얼마나 ‘비판적 사고’를 하고 있는가?
- 직장에서, 사회에서, 정치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가?
- 혹시 무비판적으로 상사의 지시를 따르거나, 사회적 흐름에 휩쓸리고 있지는 않은가?
2) 개인의 도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 기업의 비윤리적 결정, 정치적 부정부패,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개인은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
- "나는 그냥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5. 결론 – ‘생각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영화 한나 아렌트는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닙니다.
- 개인의 역할, 도덕적 판단,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를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로 제기합니다.
- 우리는 생각하는 것을 멈출 때 가장 큰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악이란 특정한 괴물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