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쯤은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과 ‘지금의 나’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세상을 바꿀 것 같은 포부로 가득했지만, 정작 현실 속에서 우리는 생계를 위해 타협하고, 이루지 못한 꿈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는 그런 ‘이루어지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모두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었을까?"
이 영화는 한때는 유망한 작가였지만 지금은 빚더미에 허덕이며 사설탐정으로 살아가는 료타(아베 히로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이혼 후 아들의 양육권도 잃었고, 어머니(키키 키린)의 집에 기생하며 돈을 빌리는 신세다. 꿈은 이미 멀어졌고,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 그리고 어느 날 밤, 태풍이 몰아친다.
1. 꿈이란 무엇인가 –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
태풍이 지나간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삶이 한순간에 바뀌는 극적인 계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태풍이 불어도 여전히 제자리다. 료타는 한때는 훌륭한 소설가가 될 것이라 믿었지만, 이제는 도박 빚에 쫓기며 형편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삶이 ‘일시적인 불운’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은 그렇게 갑자기 변하지 않아.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 대사는 영화가 전하는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 중 하나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한순간의 결심이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료타는 자신을 다독이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되뇌지만, 정작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붙잡고 있으며,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을 패배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일까?
2. 가족이라는 거울 – 부모와 자식, 그리고 세대의 반복
이 영화에서 료타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료타와 그의 아들 ‘싱고’ 사이의 관계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삶의 패턴을 보여준다.
료타는 어릴 적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것처럼, 자신 역시 아들에게 충분한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부모가 자식을 실망시키는 방식은 시대가 변해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우리는 종종 자신이 미워했던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간다.
영화에서 료타는 싱고에게 글러브를 사주고 싶어 하지만, 돈이 없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는 이를 통해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로 남고 싶어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비싼 선물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료타는 아들에게 말한다.
"나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의 행동은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어머니는 이를 알고 있지만, 아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그가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녀는 료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기준으로 삶을 평가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가이다.
3. 태풍이 지나간 후 – 삶은 계속된다
태풍이 몰아친 밤, 료타는 싱고와 함께 어머니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 순간은 그가 아들과 가장 가까워진 시간이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현실은 다시 돌아온다. 그는 여전히 빚을 지고 있고, 여전히 자신의 삶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태풍이 지나가면 깨끗하게 모든 것이 정리될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많은 사람들이 큰 사건이 지나가면 삶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태풍이 불고 지나간다고 해서 과거의 잘못들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 삶은 여전히 제자리다.
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변화가 없더라도, 삶은 계속되며, 우리는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야 한다.
4. 맺으며 –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태풍이 지나가고>는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크고 작은 후회를 안고 있지만, 결국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관객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삶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다.
태풍은 지나가고, 세상은 변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인생은 계속된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
✔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 잔잔한 감동과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태풍이 지나가고>는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영화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