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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암살 작전의 딜레마, 영화 <작전명 발키리> 리뷰

by 릴리의 영화 2025. 3. 15.

영화 &lt;작전명 발키리&gt; 포스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때때로 역사는 패배한 자들의 용기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한다.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를 제거하려 했던 독일 장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작전명 발키리 (Valkyrie, 2008)*는 이러한 패배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작전명 발키리는 정치적 암살과 반란이라는 극단적인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또한, 독재 체제 아래에서 개인의 신념과 국가적 충성이 충돌할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의 스토리와 연출뿐만 아니라,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딜레마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해보겠다.


1. 영화의 개요와 줄거리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작전명 발키리는 1944년 7월 20일, 독일군 장교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톰 크루즈)이 주도한 히틀러 암살 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슈타우펜베르크는 나치 독일의 군인으로서 충성을 맹세했지만, 히틀러가 유럽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는 여러 명의 장군들과 정치인들이 조직한 저항 세력에 가담해 ‘발키리 작전’을 실행한다.

 

 발키리 작전은 본래 히틀러가 내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마련한 비상계획이었지만, 반란군은 이를 역이용해 히틀러를 암살하고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 슈타우펜베르크는 폭탄을 사용해 히틀러를 암살하려 하지만, 뜻밖의 변수로 인해 작전은 실패하고, 그는 동료들과 함께 체포되어 처형당한다.


2. 철학적 고찰: 암살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1) 독재 정권을 전복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가?

 영화가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독재자를 암살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가?"라는 것이다.

슈타우펜베르크와 그의 동료들은 나치의 만행을 막고 독일을 지키기 위해 히틀러를 제거하려 했지만, 이는 엄연히 군인으로서 선서한 국가에 대한 배신이기도 했다.

 

 여기서 철학적으로 흥미로운 논점이 등장한다. 존 로크(John Locke)는 그의 사회계약론에서 "정부가 시민들의 기본 권리를 침해할 경우, 시민들은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히틀러 정권이 전쟁과 학살로 독일 국민과 세계에 해를 끼쳤기 때문에, 이를 전복하려는 시도는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논리를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의 시각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도덕적인 수단도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슈타우펜베르크가 성공했다면, 히틀러 사후 독일은 즉각적인 혼란과 내전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독일과 유럽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이 과연 옳았을까?

 

 이처럼 작전명 발키리는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역사적, 윤리적 맥락 속에서 암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진다.

 

(2) 충성 vs. 도덕적 신념

 영화에서 등장하는 독일 장교들은 대부분 애국심과 군인으로서의 충성심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독일이 점점 파멸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히틀러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를 고민한다.

칸트의 윤리학에서 보면, 이들은 ‘도덕적 의무’(categorical imperative)에 따라 행동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히틀러의 정책이 비도덕적이므로, 그를 제거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반면,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은 스스로 선택의 책임을 짊어진 개인들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 논리대로라면, 슈타우펜베르크는 히틀러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신념을 따르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3. 영화의 연출과 미장센: 긴장감과 현실성의 극대화

(1) 현실적인 전개와 세밀한 고증

 작전명 발키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이 매우 철저하다. 실제 히틀러 암살 계획의 세부 사항, 당시 독일 장교들이 입었던 군복, 베를린의 주요 군사 시설 등이 정교하게 재현되었다.

 

 특히, 폭탄이 터지는 순간과 이후 히틀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퍼지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암살 작전이 실패하는 순간, 반란 세력이 혼란에 빠지는 모습은 인간의 한계와 두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2) 톰 크루즈의 연기와 캐릭터 해석

 톰 크루즈는 슈타우펜베르크 역할을 맡아 냉철하면서도 신념을 가진 지도자의 모습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그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그와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4. 결론: 실패한 혁명, 그러나 기억해야 할 용기

 작전명 발키리는 성공하지 못한 혁명을 다룬 영화다. 슈타우펜베르크와 그의 동료들은 히틀러를 제거하는 데 실패했고, 그들의 희생은 역사 속에서 묻힐 뻔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의 행동은 독일 내 반나치 세력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고, 독재에 저항했던 군인들의 용기를 기록으로 남겼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독재 정권 아래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쟁과 혼란 속에서 도덕적 신념을 지키는 것은 가능한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고민거리다.

작전명 발키리는 실패한 반란을 넘어, 정의와 신념을 지키려 했던 인간들의 용기를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